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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뭐 같은 2023년은 연말까지 다사다난했다.

 

조직에서 사람을 자르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를 뼈저리게 배웠고,

나와 내 팀 전체는 말 그대로 "숙청" 당했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적이다.

팀 전체를 숙청하기 위해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었음에도,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고,

특히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혐의 조차 씌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와 팀원들은 "공식적으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잘린" 상태가 되었다.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백수니까, 이제 한 달 가량 집에서 논 셈인데,

첫 입사 후 12년 4개월 간 쉬지 않고 달린 나로서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집에서 백수 체험을 하는 중이다.

 

인생 중에서 이렇게 여유있어 본 적이 있던가... 싶은 것도 잠시

애가 셋이다. 집에서 노는 나로서는 집안의 일을 거들 수밖에 없다.

하루 하루가 뭔지 모르겠지만 바빴고, 1달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사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업체의 경력직 채용은 (당연하게도) 떨어졌는데,

이유는 너무 경력이 많아서다. 즉, 이정도 짬이면 회사에서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판단이겠지.

왠지 회사의 판단도 이해가 간다.

예전에도 한 번 비슷한 사유로 떨어진 적이 있었기에, 이제 사실 취업은 가망이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와중에도 마음만은 인생 전체에서 가장 여유롭다.

주변이 온통 불안 투성이인 상태인데도, 방학 중인 애들 얼굴도 자주 보고, 화도 덜 내 본다.

가까웠던 지인들을 오래간만에 연락하고 만나며, 전화 한 통, 밥 한번 먹는 것도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 가르쳤던 후배녀석들은 형 어떻게 하냐고 걱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 모든 걸 잃고 가진 것도 없지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움직여야겠지.

 

이제 겨울도 끝이 났고, 그간 준비 했던 것들도 많으니,

이제 다시 달려나가볼 때다.

 

ps. 입춘입니다. 방문하시는 모두가 복 많이 받으시고, 다가오는 설 명절도 잘 쇠시기 바랍니다.